자산운용사·VC·마켓메이커 라인별 생존율이 다른 이유

같은 시장에 있는데 왜 어떤 기관의 선택은 오래 살아남고, 어떤 기관의 선택은 빠르게 사라질까요?

코인 시장을 처음 들여다볼 때 많은 사람들이 "어느 기관이 샀느냐"에 집중합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거든요. 그 기관이 얼마나 오래 버티는 자본인가. 생존율이라는 개념은 그 질문에 답하려는 시도입니다.


생존율이란 무엇인가

생존율은 어떤 자산이나 프로젝트가 특정 기간 이후에도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율을 뜻합니다. 여기서 "활동한다"는 건 단순히 상장 상태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 거래가 이루어지고, 유동성이 있고, 생태계가 돌아가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리포트에서 자주 등장하는 "2년 6개월 생존율"은 특정 기관이 선택한 자산들이 그 기간 후에도 살아있는 비율을 집계한 수치입니다. 그리고 이 수치가 기관의 성격에 따라 세 배 이상 갈린다는 점이 흥미롭거든요.

기관 유형별 2년 6개월 생존율 (개념적 비교)

숫자가 극적으로 다릅니다. 같은 시장, 같은 기간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요? 기관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기관마다 시장에 머무는 이유가 다르다

세 기관 유형의 목적을 먼저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자산운용사 (예: 그레이스케일) — 장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투자자에게 그 포트폴리오를 판매한다. 선택 기준이 보수적이고, 한번 담으면 오래 보유하는 경향이 있다.
  • VC (벤처캐피털) — 초기 프로젝트에 선제적으로 자본을 넣는다. 높은 수익을 노리되, 실패 확률도 함께 감수한다.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움직인다.
  • 마켓메이커 (예: DWF) —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특정 자산의 가치를 장기 보유하려는 게 아니라, 매수·매도 스프레드에서 수익을 얻는 구조다.
목적이 다르면 행동이 다르다

목적이 다르니 자연히 선택하는 자산도, 머무는 기간도 달라집니다.


자본의 체류 시간이라는 개념

생존율 차이를 이해하는 데 가장 유용한 개념이 자본의 체류 시간입니다.

어떤 기관의 자본이 특정 자산에 얼마나 오래 묶여 있느냐가, 그 자산의 생존 가능성과 연결된다.

자산운용사는 펀드 구조상 고객 자금을 장기로 예치받습니다. 수개월 안에 회수해야 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조기 회수는 운용 철학에 어긋나죠. 자연히 선택 기준도 더 꼼꼼해집니다. 오래 들고 갈 자산만 담으려 하니까요.

반면 마켓메이커는 다릅니다. 이들의 역할은 자산을 보유하는 게 아니라 거래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양방향으로 호가를 공급하는 겁니다. 어떤 자산이 거래량이 줄거나 수익성이 없어지면, 그 자산에서 빠져나오는 게 당연한 수순이에요. 생존율이 낮게 나오는 건 실패가 아니라, 처음부터 그 자산에 장기 체류할 의도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체류 시간이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는 흐름

VC는 왜 중간에 위치할까

VC의 61%라는 수치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VC는 포트폴리오 논리로 움직입니다. 초기 단계 프로젝트 열 개에 투자해서, 하나가 크게 성공하면 나머지 아홉의 손실을 메우고도 남는다는 구조거든요. 그러니 선별 기준이 자산운용사보다 느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마켓메이커처럼 단기 포지션을 반복하는 것도 아닙니다. 보통 락업(lock-up) 조건이 붙어 있어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일정 기간은 자산을 들고 있어야 합니다.

  • 락업 기간 — 일정 기간 매도가 제한된다. 자연스럽게 단기 이탈을 막는 구조다.
  • 포트폴리오 분산 — 실패를 가정하고 투자한다. 생존율 100%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 수익 실현 시점 — 상장 후 락업 해제 시점에 매도 압력이 생긴다. 이 시점에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으면 자산이 흔들릴 수 있다.

결국 VC의 61%는 "합리적인 실패율을 감수한 전략적 포트폴리오"의 결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이 개념을 알면 뭘 다르게 볼 수 있을까

생존율과 자본 체류 시간의 개념은 코인 시장에만 적용되지 않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어떤 VC가 들어왔느냐"보다 "그 VC가 얼마나 긴 호흡으로 보는 투자자냐"가 더 중요한 질문이거든요. 사모펀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5년짜리 펀드와 12년짜리 펀드는 같은 자산을 보면서도 전혀 다른 선택을 합니다.

어떤 기관이 특정 자산 주변에 있는지를 볼 때, 그 기관의 역할과 체류 시간을 함께 보면 맥락이 훨씬 선명해집니다. "누가 샀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있을 자본이냐"가 핵심 질문이라는 거죠.

기관 유형을 읽는 세 가지 렌즈

기관이 어떤 자산을 선택했느냐보다, 그 기관의 자본이 얼마나 오래 머무는 구조인지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생존율 개념의 핵심이다.

참고

본 글은 BLSH IN 리서치 자료를 바탕으로 개념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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