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인상이 스테이블코인 수요를 늘리는 역설

금리가 오르면 코인 시장이 죽는다—이 문장,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실제로 2022년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렸을 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큰 폭으로 하락했고, 그 이후로 "고금리 = 코인 약세"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자리 잡았죠.

그런데 이 공식이 모든 코인에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아요. 특히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오히려 금리가 오를수록 발행사의 경제성이 좋아지는 역설적인 구조가 있거든요. 오늘은 그 구조를 차근차근 풀어볼게요.


스테이블코인은 어떻게 '돈'을 버는가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대표 격인 USDC를 예로 들어볼게요. 사용자가 1달러를 내면 발행사(Circle)는 USDC 1개를 줍니다. 그러면 그 1달러는 어디로 갈까요?

Circle은 받은 달러를 단기 미국 국채와 현금성 자산으로 운용해요. 말하자면 사용자의 돈을 안전한 곳에 맡겨두는 거죠. 여기서 핵심이 나옵니다. 국채에는 이자가 붙어요. 그런데 USDC 보유자는 그 이자를 받지 못해요. 이자는 발행사인 Circle이 가져가는 구조예요.

USDC 1달러가 수익이 되는 경로

이 구조를 시뇨리지(seigniorage) 라고 부르기도 해요. 화폐를 발행하는 주체가 그 발행 행위 자체로 얻는 이익이죠. 금리가 낮을 때는 이 이익이 별로 크지 않아요. 그런데 금리가 오르면 국채 이자율이 함께 올라가고, 같은 준비금 규모라도 훨씬 많은 수익이 나오는 거예요.


금리 인상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게 미치는 영향

이걸 숫자 감각으로 이해해볼게요. 아래 표는 실제 수치가 아니라 개념적인 비교예요.

시나리오단기국채 금리준비금 10억 달러 기준 연간 이자 수익
저금리 (2021년 수준)약 0.05%약 50만 달러
고금리 (2023년 수준)약 5.0%약 5,000만 달러
차이—100배

준비금 규모가 같아도, 금리 하나로 수익이 100배 달라질 수 있는 구조예요. 이 말은 곧 발행사 입장에서 고금리 환경이 사업의 경제성을 극적으로 강화시켜 준다는 뜻이에요.


그렇다면 수요는 왜 늘어나는가

여기서 또 하나의 질문이 생기죠. "발행사가 돈을 많이 버는 건 알겠는데, 그게 왜 스테이블코인 수요 증가로 이어지나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예요.

  • 신흥국 달러 수요 — 자국 통화 가치가 불안한 국가에서는 달러를 보유하고 싶어도 쉽지 않아요.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계좌 없이도 달러를 들고 다닐 수 있는 수단이 돼요. 금리가 높을수록 달러 강세가 이어져 이 수요가 더 강해지죠.
  • DeFi·거래소 결제 레일 확장 — 발행사가 수익을 내면 인프라 투자 여력이 생겨요. 결제 네트워크를 늘리고 대형 거래소와의 연동을 확대하면, 더 많은 사람이 쓸 수 있는 레일이 깔려요.
  • 달러 헤지 수단 — 고금리 환경에서 개도국 투자자들은 자국 통화 약세를 피하려 달러 표시 자산을 찾아요. 스테이블코인은 그 수요를 빠르게 흡수해요.
고금리가 스테이블코인 수요를 키우는 세 통로

'억압 다리'와 '레일 다리' — 비대칭 구조 이해하기

이 주제를 분석하는 시각 중에 흥미로운 표현이 있어요. 고금리 환경에서 스테이블코인에 작용하는 힘을 두 개의 다리로 구분하는 거예요.

고금리가 스테이블코인에 작용하는 두 힘
  • 금리 억압 다리 —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을 줄여요. 비트코인이나 알트코인 가격이 내려가는 그 힘이죠. 스테이블코인도 이 분위기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아요.
  • 레일 다리 — 그런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게는 반대 방향의 힘이 동시에 작용해요. 준비금 이자가 늘면서 경제성이 강화되고, 그게 인프라 확장으로 이어지는 흐름이에요.

흥미로운 점은 두 다리의 강도가 대칭적이지 않다는 거예요. 금리 억압 다리는 시장 심리에 따라 출렁이지만, 레일 다리는 실제 현금 흐름에 기반하거든요.


이 개념을 알면 뭐가 다르게 보이나

"연준이 금리를 올렸다"는 뉴스를 볼 때, 이제는 두 가지를 동시에 떠올릴 수 있어요.

하나는 위험 자산 전반의 심리 위축이고, 다른 하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준비금 수익성 개선이에요. 이 두 흐름은 같은 사건에서 동시에 출발하지만, 도착하는 곳이 달라요.

특히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사업 모델이나 결제 레일 관련 뉴스를 읽을 때, 그 배경에 금리 환경이 깔려 있다는 걸 알면 기사 하나를 훨씬 입체적으로 읽게 돼요. "왜 하필 이 시기에 인프라 확장 소식이 나오는가"라는 질문의 실마리가 보이거든요.


고금리는 코인 시장 전체를 억누르지만,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게는 준비금 이자라는 형태로 오히려 사업 연료가 되는 구조예요.

참고

본 글은 BLSH IN 리서치 자료를 바탕으로 개념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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